- 국내축구 축구잡담
저는 오히려 이라크가 너무 무기력할 정도로 아무것도 못한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아무래도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 강도가 훨씬 심해진 점도 오늘 경기에 대한 평이 살벌한 수준인데에 한 몫을 한다고 봅니다만..ㅋ
한 가지 인상적? 또는 긍정적으로 보였던 점은 이라크가 90분동안 슛다운 슛, 공격다운 공격작업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확실히 벤투 감독 이후로 한국팀이 수비부분에 있어 안정성과 집중력이 높아진 점이 사실인게
제가 한국축구만 벌써 20년을 넘게 봐오고 있지만, 어제처럼 상대의 밀집수비전략에 말리면(그것도 전반전 결정적 찬스 놓치는 덤까지 얹혀지면)
10에 5~6번은 어처구니없는 실점 먹고 지는 경우가 과거에는 허다했다는 점입니다.
패턴은 대부분 3단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1. 급한 마음으로 인해 평정심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라인을 대폭 올린다.
2. 볼트래핑 또는 패스미스가 나서 역습을 먹는다.
3. 있어야 할 곳에 위치하지 못함으로써 골을 먹는다.
우리가 이라크한테 승부차기를 제외한 공식 경기에서 패한 마지막 경기가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이었는데
전반전에 딱 어제와 유사한 상황 속에서 수비라인이 순간 집중력 놓은 순간 카운터 어택맞고 졌습니다.
그 정도로 이라크는 중동팀치고는 경기 집중력또한 상당히 좋은 팀입니다.
2015년 아시안컵 준결승전때는 우리가 비교적 여유있게 이겼지만, 이라크가 전 경기였던 이란과의 8강전에서 힘을 다 쏟아부은 점이 컸죠.
이란 잡을때 보여준 집중력과 투혼 정말 멋있었습니다;;
참고로 중동국가 중에서 그나마 침대축구 잘 안하면서 열심히 뛰는 나라가 이라크에요. (그 점에서 오늘 손흥민 인터뷰는 좀 실수였다고 생각)
말이 압도적인 역대전적이지 어제 경기 포함해서 12번이나 무승부를 기록했던 점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신경 안쓰더군요.
심지어 2002년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전력구성이었다는 2010년 월드컵대표팀조차 2008년 평가전때 이근호 PK골로 2:1 신승했으니까요.
만날 때마다 어려운 팀이었고, 한국을 상대할 때 딱히 전원수비 전략으로만 임한 적도 별로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피지컬에 강점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상대로 정면승부에 가까운 싸움을 나름 자신있게 걸어온거죠.
그랬던 이라크가 90분내내 수비만 하고, 유효슈팅은커녕 역습다운 역습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나라 전력이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보다 다른 국가들에게는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겠고
홈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절규하고 쌍욕을 해야할만큼 우리 대표팀이 나쁜 상태는 아니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김민재 효과가 크기는 했지만 수비조직 측면에서 집중력을 끝까지 잃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월드컵 본선진출국 사령탑 2번(네덜란드, 한국), 다수의 유럽프로팀 사령탑 역임을 한 여우이자 작은 나폴레옹이라는 별칭이 있는
지략가 아드보카트 감독 지도아래 한 달동안 합숙을 한 팀을 상대로, 유럽파 역시차, 멤버 전원이 모여 훈련한 시간은 단 하루밖에 없었던 리스크를 가지고
경기에 임한 한국이 과연 그렇게 못한 경기라고 봐야하는지는..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다음 경기는 꼭 이겨야겠지만요.
아드보카트 감독이 참고로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만 세 번을 역임했습니다.
소방수 역할또한 자주 했던 양반입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강한 후덕한 이미지와 다르게 전술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지도자이죠.
저는 오히려 레바논전때는 좋은 내용과 결과물을 가져올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