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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그땐 미처 몰랐다. 30년 넘도록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을 못 할 줄은. 1992년 가을 롯데가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 온가족이 함께 TV로 지켜봤다. 그러고 31년이 지난 2023년, 롯데는 7위에 그쳤다.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이 특별했던 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92년도 우승을 지켜본 11살 소년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태어난 아기가 아빠와 똑같은 학년이 될 때까지… 롯데는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 진출도 단 한 번, 그것도 20세기(1999년) 때 일이다.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우 로얄즈 시절 ‘구도(球都) 부산’은 야구를 넘어 축구 도시라 할 만했다. 1997년 K리그와 리그컵 우승 등 3관왕을 달성했던 축구 명가는 2000년대 들어 부산 아이파크로 옷을 갈아입은 뒤 옛 명성을 잃었다. 지금은 1부와 2부리그를 오르내리는 만년 하위 팀으로 전락했다.

 

롯데 야구와 아이파크 축구를 보고 있으면 연고지 부산을 닮아간다는 느낌이다. 해안 절경과 삐까뻔쩍한 마천루 등 겉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은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는 쇠락의 도시. 연고지 현실이 이런데, 프로구단의 성적만 좋기를 바라는 건 몰염치요 사치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정상보다 하위권,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한 부산 프로스포츠계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부산 KT가 떠난 자리에 지난해 전주 KCC가 ‘전학’을 오더니 급기야 우승을 넘보고 있다. 최근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KCC’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정규리그 4위팀 서울 SK에 이어 1위팀 원주 DB마저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KCC가 4승만 더 거두면 연고지 이전 첫 해 우승, 정규리그 5위팀 우승 등 프로농구(KBL) 사상 최초 기록을 쓰게 된다.

 

부산 입장에서도 대기록이다. 부산에 연고를 둔 프로구단이 가장 최근 우승한 적은 야구(롯데 자이언츠)가 1992년, 축구(대우 로얄즈)와 농구(부산 기아)는 1997년이 마지막이다. KCC가 올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부산 연고 프로구단이 27년 만에 왕좌에 오르는 큰 경사다. 야구는 32년, 축구는 27년 동안 못 이룬 꿈을 부산에 둥지를 튼 지 1년도 안 된 ‘전학생’이 해내는 것이다.

 

부상 같은 변수만 없다면 객관적인 전력상 ‘슈퍼팀’ KC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할 확률은 매우 높다. 같은 부산 연고의 ‘토박이 팀’ 롯데와 아이파크로서는 마냥 축하할 수 없는 머쓱할 일이다. KCC 전창진 감독은 챔프전 진출을 확정한 뒤 “부산이란 도시는 성과만 내면 시민들께서 보답을 해주신다.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하겠다”며 우승의 이유로 ‘팬’을 꼽았다. 구도 부산을 놓고 야구·축구 대신 농구를 먼저 이야기할 날이 머지않았다. 구도의 역사를 다시 깨운 농구 앞에서, 야구와 축구는 분발해야 하지 않겠나. 전학생에게 승리 방정식, 우승 DNA를 배워 이대·삼대의 팬들에게 보답해야 하지 않겠나. 32년 전 그 아이가 묻는다.

 

부산일보 이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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